작성자	엄지영	작성일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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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후기

남산에서 다시 마라톤을 뛰게 되었다. 또 한번 마라톤을 뛰려고 하니까 앞길이 막막했다. 마라톤 하기 전에 연습을 안 했고 누구보다 나의 저질체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엄마가 아침에 가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라톤 꼴찌하면 극단 그만 다니라고 하셔서 부담감도 장난 아니었다. 남산에 모여서 준비운동 하고 단체티셔츠를 받았다. 나는 처음부터 막 뛰면 체력이 금방 바닥날 것 같아서 빠르진 않지만 꾸준히 쉬지 않고 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마라톤이 시작되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했을 때는 거의 꼴찌에 있었다. 처음에는 해일리랑 효정이랑 나현이랑 넷이서 뛰기로 해서 같이 출발했는데 뛰다 보니까 효정이만 내 옆에 있었다. 하지만 효정이랑 완전 열심히 뛰어서 다시 넷이서 뛰게 되었다. 뭔가 앞에 사람이 있거나 뒤에서 사람이 쫓아와야지 역전하거나 역전 안 당하게 뛸 텐데 앞에도 뒤에도 사람이 없으니까 뛰다 보니까 걷고 있었다^^그래서 내리막길 나오면 뛰고 오르막길에서는 걷게 되었다.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되게 많았는데 내리막길에서 내려갈 때는 강아지가 막 우리 뒤를 쫓아 뛰어와서 저절로 뛰게 되었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끝이 안보여서 정말 답답했다. 어느새 옆 라인에서는 다른 오빠들이 다시 뛰어 돌아가고 있었다. 반환점이 얼마 안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쯤 저 멀리 천창훈쌤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뛰었다. 체력이 거의 바닥이었지만 그래도 한번 내려왔던 길이니까 올라가는 건 좀 나았던 것 같다. 나현이랑 효정이는 체력이 좀 남았는지 우리를 버리고 먼저 갔다. 나랑 해일리는 끝까지 배신 안하고 나란히 손잡고 결승선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결승선이 보이고 단원들이 보이자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미친듯이 뛰었는데 내가 늦게 들어갔다ㅜㅜ 그래도 저번 마라톤 때보다 등수는 높아져서 좋았다. 이번 마라톤은 힘들고 아쉬움도 남지만 그만큼 재밌었던 마라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