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문화의 큰별 - 극단서울

자유게시판

작성자	허민	작성일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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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 미국 공연 후기

이번 공연은 해외공연중에서도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던것 같다. 3년만에 다시 한 춘향전이기도 하고 춘향이라는 역할을 처음 맡은 공연이기에 많이 걱정되고 긴장했던 공연이었다. 계속 하고 싶어하고 욕심이 났던 역할이면서도 막상 맡으니 불안해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 같다. 사실 분장을 받는 순간에서야 정말 내가 공연을 한다고 안심했었다ㅋㅋ 내가 원래 불안하면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정말 공연 끝날때까지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닌척하면서 혼자 걱정하고 속상해한 시간이 많아서 나름 힘들었었다. 다들 이도령이 가장 어려운 역할이라고 하는데 나는 춘향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ㅠㅠㅠㅠㅠ 첫눈에 반한다는게 뭔지도 잘 모르겠었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느껴본지 오래고 최근에 설렜던 기억도 없고ㅋㅋㅋ (명규쌤이 설렘세포를 주걱으로 깨워줬으면 하냐고 여쭤보셔서 직접 깨워보겠다고 했다ㅎㅎㅎ) 한양으로 이도령이 가서 느끼는 슬픔의 크기도 상상이 잘 안됐고 옥에 갇힌 나를 보며 우는 엄마를 보는 마음이 어떤지,,, 모두 경험해본적 없는 일들이라 더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예상한 것 만큼 많이 혼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신 이번에 혼나면 혼나는데로 시무룩해지고 안혼나면 또 선생님들께서 나를 포기하셨나하는 생각때문에 불안해하고 그냥 공연이 끝날때까지 눈치보고 걱정하며 보낸 것 같다. 이번 공연을 하면서 대사 하나하나 그리고 노래 한곡 한곡이 그렇게 부담스러울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ㅋㅋ 내가 정말 불안해보였는지 선생님들 모두 한마디씩 해주신 것 같다 (심지어 다인 선생님께서도 눈치 보지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해주셨다!) 그래도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선생님들과 선배들, 친구들, 동생들 덕분인 것 같다.

춘향이라는 역할을 배정 받았을때는 확실하게 정해진 역할이 아니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무용쌤과 기생 역할도 오랜만에 하면서 부담없이 재미있게 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욕심이 나서 열심히 하게됐던 것 같다. 초반에는 무용 위주라서 개인 연습만 했기에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점점 공연이 다가오면서 런을 돌면서 더 힘들어졌다. dvd를 보면서 카피하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많이 불안해했던 것 같다. 런을 돌때마다 혼자 연습하던 것 만큼 잘 안나와서 속상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서 금방 공연 날이 다가왔다.

공항까지는 별로 긴장이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행기에 타서부터 긴장됐다. 불안해서 대본을 계속 읽고 합창 노래도 외우고 한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단장님과 명규쌤을 만나고 조석희오빠랑 명규쌤 차에 타서 가게 됐는데 정말 너무 불안했던 것 같다. 차만 타고 가는데도 공연이 걱정되고 너무 불안했다. 프레즈노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가면서 자고 스벅에서 프라푸치노도 먹으면서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도착해서 교회에서 저녁을 먹는데 음식이 안넘어가서 저녁을 안먹었다. (이 날부터 공연 끝날때까지는 제대로 먹은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ㅠㅠ) 바로 홈스테이 집에 가서 잤는데 미란다언니가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고 방도 안내해줘서 고마웠다ㅎㅎㅎ

다음날 교회에서 연습을 했는데 이 날이 최악이었던 것 같다. 앞에 계신 선생님들 신경을 너무 많이 쓴 것 같다. 센터에 명규쌤이 계시고 예빈쌤 단장님 정훈쌤 천창훈쌤등 선생님들이 퍼져서 앉아서 보고 계셨는데 전혀 집중이 안되고 미쳐버릴 것 같았다. 완벽히 집중해서 불러도 모자랄 노래를 선생님 신경쓰고 음 신경쓰고 위치 신경쓰고 괜찮은지 확인하면서 불안하게 하는데 내가 봐도 심각했다. 그냥 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날 부터 언제 짤릴지 걱정하면서 연습한 것 같다. 이 날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인앤아웃 버거를 사주셨는데 맛있게 못 먹어서 한이다. (그냥 빨리 미국ㄱ에 다시 가야게따!) 춘향 연습이 끝나고 합창 연습을 하러 갔는데 다들 너무 긍정적이게 행복하게 노래 하셔서 나도 그 에너지를 받고 조금이나마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하지만 한시간 정도되는 합창 연습이 끝나자 미란다 언니를 기다리면서도 너무 불안해서 재원이랑 둘이 나가서 대사 연습만 계속 했다. 선생님들께서 지적해주신 대사 마지막 부분이 쳐진다는 점을 고치려고 3시간동안 대사만 했다. 다 하고 나니 목은 아팠지만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이 날 밤 서연이 언니네 집에서 서연이 언니랑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얘기를 하다가 춘향 얘기가 나왔는데 언니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언니가 많이 힘들지? 라고 물으면서 자기도 힘들었다고 얘기해주는데 울컥해서 울었다. 언니가 힘들었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언니가 자기가 춘향 처음할때 얘기를 해주며 춘향이라는 역할이 쉬운 역할이 아니라고, 어려운 역할 맞다고 하는데 정말 울컥했다ㅠㅠㅠㅠ 언니가 한 말중 하나가 "every day counts 그니까 매일매일 조금씩 발전시키고 버릴건 버리고 발전시킬 건 발전시키자"였는데 정말 내 멘탈을 바로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언니가 선생님들 눈치를 보느라 연습한걸 못하지 말라고 했는데 언니의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눈치 보지 않게 된 것 같다. 언니가 내가 연습한거는 날 배신하지 않을거라고 해줬는데 그 말을 듣고 나를 조금이라도 믿자는 마음을 가지고 연습을 한 것 같다.

다음날에는 극장으로 가서 극장에 있는 연습실에서 런을 돌았다. 이 날 서연이언니가 내 연기를 봐주면서 세밀하게 코멘트를 해줘서 너무너무 도움이 되고 고마웠다. 이번에 춘향 연습을 하면서 계속 전체적인 코멘트를 받거나 가끔씩 세세하게 코멘트를 받았는데 언니가 열심히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다ㅠㅠㅠㅠ 이 날 비록 무대에는 못섰지만 언니의 조언을 들으며 마지막으로 점검하듯 연기를 고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연습이 끝나고 합창 공연을 갔는데 다들 공연을 마치고 즐거워하는 축제 분위기였지만 공연을 앞두고 있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피자를 먹으러 가서도 조금만 먹고 재원이랑 둘이 대사를 외웠던 것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일 공연 기대하겠다고 해주는데 그런 말들마저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ㅠㅠㅠㅠ 다음 날 공연을 위해 집에가서 바로 잤다.

2시 공연이지만 극장 리허설을 위해 8시에 극장에서 만났다. 분장 받을때까지도 실감이 전혀 안났다. 계속 노래 연습하고 대사 연습하고 그냥 내가 불안해서 계속 연습했다. 리허설을 했는데 리허설때는 완전 몰입했다기 보다는 선생님들도 조명과 음향큐를 맞추고 자리 맞추는데 집중하셔서 나도 연기적인 부분 보다 선생님들의 디렉션을 들으면서 마지막 점검을 했던 것 같다. 명규쌤께서 춘향이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시는데 장난식으로 말씀하셨는데도 너무 죄송했다ㅠㅠ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서 공연 10분 전ㅇ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석희오빠한테 딱 한시간만 사랑하자고 하고 들어갔는데 그 말이 나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의상도 입고 완전 공연이다보니 조금이나마 이도령을 보면서 설레하고 슬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큰 실수는 없이 흘러갔다. 가장 몰입이 잘됐던 부분은 변사또를 찌를때 승훈이를 처음으로 보면서 대사를 했는데 갑자기 너무 울컥해서 엄청 소리지르면서 넘어졌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수경이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물을 뿜는 순간 진짜 죽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완전 몰입되서 부들부들 떨면서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암행어사가 나오고 반지를 주는데 반지를 보자마자 숨이 살짝 막히면서 계속 연습할때는 안되던 호흡이 바로 됐다. 반지를 들어서 바라보는데 다리 힘이 풀려서 넘어질뻔 했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눌렀다. 그러고 뒤를 돌아보는데 이도령이 있어서 정말 너무 울컥하고 감동적이었다. 안겼는데 처음으로 감정이 몰입되서 울었던 것 같다. 오빠도 살짝 울컥해서 인지 호흡이 느껴졌다. 나가서 결혼식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서 절을 하는데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면서도 꿈 같았다. 인사를 할때 기립 박수를 받는데 정말 감동적이었고 지금까지 마음고생했던게 없어지는 것 같았다. 나와서 관객분들과 사진을 찍어드리는데 할머니 두분께서 "우리 춘향이"라고 하시는데 그때서야 내가 정말 춘향으로 공연을 했다는게 실감이 났다. 사진을 찍고 들어와서 엄청 혼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빨리 철거해야해서 의상 박스 정리하고 정신없이 집으로 왔다. 미란다언니의 차에 타서 다같이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가는데 그제서야 며칠만에 처음으로 배가 고팠다. 그날 정말 정신없이 놀고 처음으로 마음이 편했다. 요세미티 관광이 끝나고 비행기를 타고 집에 오는데 안 믿겨서 계속 물어봤던 것 같다. 우리 정말 미국 공연 끝낸거 맞냐고ㅋㅋㅋ 그만큼 꿈 같았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어릴때 서연이 언니가 미국에 가있는 동안 메인들이 보고 연기할 사람이 필요해서 대타로 자리에 서고 대본에서 대사를 읽으면서 춘향이라는 역할을 간접적으로 했었던 초딩이 진짜 춘향으로 공연을 올렸다는게 안믿긴다ㅋㅋㅋㅋ 오프닝과 앤딩에도 못나오던 마을사람을 하다가 기생 6을 하던 내가 춘향이라는 역할을 한다는게 정말 안믿기고 너무 과분한 역할이라는 생각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짤릴까봐 매일매일 걱정했던 것 같다. 사실 춘향을 하면서 예빈쌤과 서연이 언니가 했었던 역할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부담스러웠다ㅠㅠㅠㅠ 공연을 하면서 이렇게 떨린적도 처음이었고 대사 한줄한줄 노래 한곡한곡이 부담스럽고 힘들었던 공연도 처음이었다. 혼자 마음고생도 많았는데 끝나고 나니 그만큼 뿌듯하기도 하고 포기하지 않고 짤리지 않은 내가 조금은 자랑스럽다. 기회가 한번더 있었다면 조금 더 나은 공연을 올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춘향이라는 역할로 춘향전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나에게 이렇게 과분한 역할을 주시고 도움을 주신 단장님, 명규쌤 (Kevin쌤보다 명규쌤이 친근한것 같아요 쌤ㅎㅎㅎ), 예빈쌤, 서연이 언니, 천창훈쌤, 정훈쌤, 봉수쌤, 다인쌤 등 모든 선생님과 스텝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또 나같이 못하는 춘향이랑 함께 해주면서 도와준 조석희오빠, 너무 많이 도와준 사랑하는 아란이 언니, 매일매일 같이 연습하면서 많이 조언해준 룸메 재원이, 츤츤거리면서 도와준 츤데레 이승훈, 많은 얘기를 해주면서 도와준 세젤귀 명덕 수민이, 방자 너무 귀엽게 잘한 준호, 기생하면서 내 말 너무 잘들어준 예쁜 시현이, 춘향 팀 귀여운 막내 조은이, 기생 막내에서 이제는 다른 친구들 도와주던 채연이, 내가 힘들어하면 괜찮냐고 물어봐주던 정말 고마운 나현이, 같은 홈스테이에서 많이 위로해주며 기분전환해주던 인영이, 격려해주면서 계속 신경써준 준호랑 꽁냥거리는게 귀여운 주영이, 내가 정말 팬인ㅎㅎㅎ 수경이, 또 다른 춘향팀 막내 주현이, 무거운거 들때마다 본인이 도와주겠다던ㅋㅋㅋ 필립이, 중2같지 않은 완전 귀여운 예주, 이방하면서 본인도 힘들텐데 나도 챙겨준 봉은 수민이, 해외 공연을 처음 같이 가보는 연기 잘하는 효정이, 티쓰 이후로 다시 해외공연 같이 간 아영이까지 모두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ㅠㅠ (너무 길게 썼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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