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재효	작성일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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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공후기(♠약 장문)

오늘이 되어서야 정단원으로 '로미오와 줄리엣'마무리를 짓게 됐다. 가장 되지 않던 '대사 하듯이 대사하기.'는 물거품으로 변한지 오래가 됐고, 이제 평생 해보지 못할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마무리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잘 해둘걸... 그림 하며 공부의 나날로 가득 채워져서 신경 쓰지 못한건 그저 핑계 아니던가...! 남들은 1등도 하고 7등도 하고 너무 잘 하는데, 나는 여기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자니 너무도 먼 거리에 있었다. 난 결코 내가 캐릭터를 잘 받지 못했다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맞을만한 캐릭터이거눌, 그 분석과 선택이 잘 못돼서 그런 것이구나... 싶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내가 너무 화만 내는 사람도 아니라서가 아닌 내 자체가 문제인듯 싶다. 시간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은게 분명하다. "그래... 난 아직 준/정단원의 자격은 없는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정단원 공연을 올린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공연도중, 티볼트의 가면이 망가져서 테이프가 떼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참지 못하고 그걸 일부러 붙이려 가면에 손을 떼지 않은것도, 대사의 억양하며 높낮이까지 너무 책읽듯이 한 것도, 이제껏 연습한게 정말 아깝다라는 생각 이외엔 들지가 않았다. '아... 역시 나는 안되는구나.' 성질치못해, 그렇다고 잘 하지도 못해, 그렇다고 짧은 시간 연습을 화끈하게 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숙제를 잘 한것도 아니라서 내 자신을 너무 쓰레기라는 생각을 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자책감 이외엔 들지 않는게 문제다. 아...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나,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나 별 다를것이 없을것 같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일까... 뭔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말 하나 하나 하는게 두렵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본다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그저 이건 나의 의무이자 사명이니까 해야 하는 일인데 이런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정말 나는 내가 공연 하면서도, 끝나서도, 그 전부터 내가 무능해보였다.

다음에 공연을 할 때엔 이런 후회는 없게, 입을 붙이고 다니든 할까... 생각중이기도...? 솔직히 이리 바쁘게 뛰어다니시는 부모님에게도 그렇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도 너무 죄송하다. 그리고, 단체사진을 봤을 때 나를 보고서 "이야... 이건 돼지야 아니면 사람이야..."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뚱뚱한 허벅지, 큰 머리... 살도 빼고, 공부도 하고, 욕 줄이고, 말 수 줄이고, 연구도 더 하고, 그림도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준 다원들 너무 고맙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떠나가는 단원들 너무도 그동안 잘 해줘서 고맙고, 열심히 해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도록 도와준 친구들 정말 고맙고,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 정말 감사드리고, 항상 힘써주시는 우리 부모님들도... 모르는건 알려주는 아이들도, 누나도, 또 이렇게 누구랑 잘 말 섞지 못하는 나에게 와서 말 붙혀주는 유일한 친구들 정말 고맙고 사랑하고.
정말로 감사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떠나는 친구들 모두 아쉬운 마음도, 슬픈 감정도 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보면 더없이 웃음으로 번질것이고... 더 나아가서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새로운 모험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점점 더 멋지게 성장하여 이전보다 더욱 멋져지고 더욱이 이뻐지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뭐라 할 입장은 되지 못하여 감히 이런말을 하지만.. 진정으로 저같이 잘 하는게 없는 사람에게 이런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 그동안 함께 연습해줘서 고맙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