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수린	작성일	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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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공 후기

막공은 첫공보다 여러모로 아쉬웠던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일단 공연 때까지 공복 상태였어서 그런지 빈속에 스트랩실을 먹어서 그런지 공연 1시간 전 쯤부터 속이 쓰리더니 속 쓰린게 없어지니까 걷는데 중심이 안 잡힌다 해야되나..? 이걸 뭐라 표현해야될지 모르겠는데 그냥 앉았다 일어나면 어지럽고 초점도 잘 안 잡히고 계속 주저 앉고 싶은..? 굽도 높은데 공연하다 중심 잃으면 어쩌지 걱정됐다. 근데 다행히 의상 입을 때는 모르겠는데 입고 나오니까 멀쩡해졌다ㅋㅋ(그냥 신경 안 쓰면 해결될 문제였을듯..
1장에서 베일을 벗는데 눈 반짝거림이 애매해서 조명 자리를 못맞춘 것 아닐까 걱정됐다. 나중에 물어보니 다행히 안 맞진 않았나보다. 2장 때부터 관객 호응이 첫공에 비해 없어서 그랬을까. 2장 처음부터 백스테이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다른 것 같았다. 사실 넘버에서 목소리 크기, 안무 정확도 이런건 다 똑같은 것 같은데 에너지가 많고 없고를 어떻게 아는거지 싶었는데 오늘 딱 느꼈다. 내가 우리 팀을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백스테이지에서 봤을 때 항상 나도 신났는데 이번엔 오히려 '...?' 이런 느낌..?? 첫공 때는 백스테이지에 있는 나도 관객 호응 들으면 괜히 뿌듯하고 신났는데 오늘은 있던 호응이 없어지고 나도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다보니 내가 등장하기도 전에 내 에너지를 내가 깎아먹은 것 같다.
3장에서는 노래만 잘했다.. 첫 대사는 나도 내 목소리가 잘 안들려서 아리까리 했는데 페스테 등장하고 내 대사 할 때부터 좀 위험하다 싶었다. 첫공 때보다 느낌이 안 왔다고 해야되나.. 첫 대사가 만족스럽지 못하니까 그 뒤에도 다 에너지가 훅 떨어진 느낌이였다. 심지어 페스테가 오빠 지옥갔나보다 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리액션을 1초정도 빨리했는데 그때 내가 집중을 못하고 있구나를 확 느꼈고 더 불안해졌다. 성빈이 오빠한테 술 먹지 말라 하면서 등을 때리기로 했는데 너무 세게 때린 것 같다.. 여기서 말볼리오한테 내보내라 할 때 또 집중이 깨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억양?이 꼬였다. 거기다 바로 다음 대사에서는 마리아 앞치마가 안 풀렸다. 내가 풀어주려 갔는데 리본을 풀기 위해 당겨야할 끈이 안 보여서 순간 '나까지 못 풀면 진짜 더 망하는건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티가 났는진 모르겠지만 패닉이 왔다. 다행히 리본 사이에 낑겨있던 끈을 발견해서 발굴해서 풀었다. 생각하고 나온건 아니였는데 앞치마 풀어주고 가기전에 마리아한테 한번 웃어주었다. 누군가 나중에 말하기로는 이때 웃어준 것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하는데 다행이다. 의자 앉을 때 첫공 때는 잘 털썩한게 기억나는데 오늘은 털썩하는 순간이 기억이 안 나서 힘 뺀 진짜 털썩이였는지 힘 들어간 가짜 털썩이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여기서 그때 당시에는 생각을 못했지만 방금 생각난게 있는데, 첫공 때는 정민이 언니를 보면서 정말 반한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은 반한 느낌은 커녕 정민언니를 봤는지 화분을 봤는지 막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민이 언니를 보긴 봤겠지..? (제발) 노래는 삑사리나 갈라짐 없이 잘 됐다. 그 후 세자리오와의 장면은 자세히 말하면 너무 할말이 많고 집중이 깨진 순간이 많았다. (마리아 앞치마 다시 주면서 손을 놨는데 왠지 바닥에 떨어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말볼리오 부를 때 삑사리 난 것 같았을 때, 반지 들 때 천이 딸려 나오고 말볼리오한테 주는데 하얀실이 다이아에 걸려있는걸 봤을 때, 마지막 운명 어쩌고 대사 하는데 100% 가짜연기였던 것 같을 때..) 첫공 때는 첫 씬이라 긴장해서 맘에 안 들었던 3장인데 오늘은 그냥 노래만 잘한 3장이였다.
편지 씬에서는 다 괜찮은데 살리고 싶었던 부분을 첫공때만큼 못 살려서 아쉬웠다.
8번 노래에서 노래는 첫공이랑 비슷하게 괜찮았는데 중간 대사를 못 살린 것 같고 심지어 갈라진 느낌이여서 좀 그랬다. 조명은 다행히 크게 이탈한 건 없었지만 조명만 신경쓰느라 노래 자체에느 신경을 못 쓴 느낌이였다.
9번 때도 노래랑 안무는 첫공 때보다 나았던 것 같은데 역시 연기가 맘에 안든다. 처음에 'Any order?' 할 때도 그렇고 세자리오 빙빙 돌 때고 그렇고 표정이 아쉬웠다. 아 'But then you just lied to me..' 도 첫공보다 못 살렸다. 관객석에서 지난번에 너무 붙어서 이번에는 붙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걸 객석 중간 쯤 뚫었을 때 깨달아버렸다... 페스테한테 세자리오 잡으라고 시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때 표정도 첫공 때보다 별로였다.
이건 진짜 말하기도 창피한데 싸움 말리고 세바스찬한테 웃으면서 다가가는거를.. 2초 쯤 까먹고 있다가 했다. 필수는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연기지만 그게 까먹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올리비아에 집중을 했으면 당연히 나와야 하는거였는데.. 쓰다보니 이번 막공 때는 전체적으로 집중을 못 한 것 같다..ㅎ
12번 전 대사에서 나는 솔직히 첫공 때 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관객 수가 많아져서 그런건지 전주 시작하면서 관객석에서 나온 긴장 사운드? 는 커졌다. 12번은 십이야 연습기간 통틀어서 오늘 제일 맘에 들었다. 그동안 집중 못한게 여기서 몰입으로 바뀐 느낌이다. 일단 여기서 내가 왼쪽 안면 근육이랑 입꼬리를 연기하면서 제일 많이 쓰는데 오늘 근육이 잘 풀린건지 몰입이 잘 된건지 왼얼굴 근육이 잘 떨렸고, 왼쪽 입꼬리도 내 생각대로 유연하게 잘 움직이는 느낌이였다. 첫공 때보다 호흡도 조금 더 넣었는데 마이크에 들어갔을진 모르겠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오시노가 싸울 준비하라고 하고 나서 돌아서면서 탑자리로 가고 다음 노래 할 때까지가 개인적으로 몰입도 제일 잘 되고 연기도 제일 잘되는 부분인데, 사실 이 때 손 떠는 디테일을 넣을까 했는데 너무 가짜로 떠는게 티나서 포기했었다. 근데 오늘은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짧지만 손 떨리는게 느껴졌다. 12번때(만) 그나마 맘에 드는 연기가 나와서 13번은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텀이 있을 때 세바스찬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것도 이제는 의식 안 해도 고개가 먼저 돌아가 있다ㅋㅋ 서정이 언니도 리허설 때까지는 내가 그렇게 쳐다보면 떨떠름한? 약간 어색한 웃음이였는데 오늘은 언니도 진심으로 웃어준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서 원래 가발을 항상 불편하고 땀 차니까 빨리 빼고 싶었는데 오늘은 올리비아 가발 벗는게 너무 아쉬워서 일부러 뒤에 줄 섰다ㅋㅋ 의상실에서도 지체는 못 했지만 올리비아 옷 정말 좋았는데 다시는 못 입는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아쉬웠다. 의상 벗고 옷 갈아입음과 동시에 오늘 너무 못했던게 생각나면서 스스로한테 화나고 아쉽고 그랬다. 워낙 좋아했던 올리비아라 아쉬움이 클 줄은 알았지만 올리비아가 끝난거에 대한 아쉬움 일거라고 생각했지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될줄은 몰랐다..ㅋㅋ 후련함보다는 아쉬움과 스트레스..가 남은(ㅎㅎ..) 막공이였지만 그동안 올리비아와 정말 즐거웠다. 나를 어느정도 버리고 조금이라도 망가져야하는 연기는 절대 못했었는데, 올리비아 하면서 처음으로 (내 기준으로!) 조금이나마 망가져도 보고(엥? 스럽겠지만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ㅋㅋ) 나보다 캐릭터에 집중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무의식적으로 리액션이나 호흡이 나오는 경험도 해보고(수정이 언니 덕이 더 큰 듯 하지만) 연기하면서 즐겁다는 생각도 해보고 희열도 느끼고.. 가발 벗기 싫단 생각도 해보고(...) 코러스보다 올리비아가 더 좋고 뭐 그랬다. 너무 아쉬운 점이 많았던 막공이였지만 뭐 그래도 즐거웠다. 내일 코러스 막공도 실컷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