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정우혁	작성일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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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공, 시상식 후기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평강과 온달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막공을 하면서 부담감과 책임감에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후회없는 공연을 올리리라 다짐한만큼 그저 공연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왜인지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서 마지막 죽기 직전에는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좀 더 역동적이게 칼을 휘두르고 싶었는데 팔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서 빌빌거리다 죽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컨디션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그래도 막은 내려갔고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쥐어짜내서 했다는 점에서 후회없는 공연이었다.
사진을 찍고 곧바로 시상식이 시작됐다. 상을 받은 모든 친구들에게 너무너무 축하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공연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친구들이 역시나 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상은 홍록이가 받았다! 마치 내가 받은 것처럼 기쁘고 벅차는 순간이었다. 홍록이랑 이번에 같이 온달에 대해 많이 얘기해보고 고민하면서 홍록이가 얼마나 온달을 깊이 연구했고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열정은 홍록이의 공연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온달’로써 무대를 날아다녔고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대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홍록이랑 둘중에 한명이 상을 받게 되면 서로 언급해주자고 약속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정말 나를 언급해준 홍록이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또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은 후 그토록 명예로운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말이라 더욱 감명깊었다. 막공이 끝났을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홍록이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극단을 떠나게 되는 시점에서, 비록 번쩍거리는 상패는 없지만 이렇게 좋은 친구를 두어 진심으로 행복하다. 비단 홍록이뿐만 아니라 극단에서 만난 모든 친구들, 언니오빠동생들도 나에게 정말 큰 선물이고 축복이다. 어휘력이 썩 좋지 못해 모두에게 항상 고마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이번 작품이 시작하기전에 준단원 자격시험을 봤다. 그동안 내가 저지른 실수들을 만회하고 내가 동경하던 선배들처럼 극단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자하는 마음에서 지원한 시험이었다. 감사하게도 합격시켜주셨고, 뒤이어 정말 운좋게도 J팀 온달 자리를 맡게 해주셔서 큰 책임감을 가지고 극단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더욱 열심히 극단 생활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학기중 2번의 시험을 보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치게 되었고 ‘내가 이정도의 의지와 끈기로 남은 극단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극단은 언제나 나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야하는데 내가 극단을 걸림돌이라고 여기는 순간 공부와 극단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내가 남아있는다고 극단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정말 오래 고심하던 끝에 결국 극단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어찌 됐든 내가 나약하고 근성이 부족하여 선택한 결과이기에 정준단원으로써 모범이 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여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나약해서 극단을 떠나는 주제에 괜히 관심받거나 위로 받으려고 먼저 말을 꺼내고 슬픈 척하는 등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은 하지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 나를 믿고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우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 그동안 철없이 행동하고 부끄러운 짓들도 했지만 그런 나를 조금 더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주신 모든 극단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직도 나는 많이 부족하지만 더 부족했던 나에게 삶을 가르쳐주고, 행복을 가르쳐준 극단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 시간이 흐른 후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한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이루고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극단 서울 화이팅!